사운드체크
모든 포르쉐가 포르쉐 사운드를 낼 수 있도록, 음향 전문가들이 신형 모델을 위한 멜로디를 작곡한다. 최신 박서 엔진에서부터 미래의 순수 전기 엔진에 이르기까지 포르쉐 전문가들은 바이삭 개발 센터에서 모든 세대의 엔진에 맞는 개성 있는 사운드 컨셉트를 만든다.
최고의 솔로이스트가 무대 위에 등장한다. 연주홀은 고요함으로 가득해 청중들은 숨쉬기조차 조심스럽다. 이제 솔로이스트가연주를 시작한다. 처음부터 바로 한 두개의 콜로라투라로 기교를 뽐내고, 연이어 낮은 베이스톤으로 긴장감을 자아낸다. 몇 소절 후에 크레센도가 시작되고, 그 동안에 목소리는 오케스트라를 동반해 베이스에서 테너를 거쳐 소프라노까지 거의 모든 높이의 음을 넘나든다.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 청중들은 멈출 수 없는 힘과 더불어 소름 끼치는 전율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녹음이 중단되고, 베른하르트 패플린(Bernhard Pfäfflin)은 웃으면서 묻는다. “굉장하지 않았나요?” 911 솔로이스트의 짧은 음반 트랙은 모든 포르쉐 자동차가 만족시켜야 하는 넓은 주파수 스펙트럼고차원적인 특징을 보여 준다. 이는 포르쉐가 사운드에 있어 미국과 이탈리아 브랜드 자동차들과 차별화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운드뿐 아니라 볼륨도 하중, 즉 가속 페달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운전자들이 페달을 밟을 때 느낄 수 있어요.”라고 패플린이 설명한다. 올해 만 49세의 패플린 박사는 진동 기술 및 음향 분야의 개발 팀장이다. 한마디로 그는 포르쉐 사운드를 책임지고 있다.
모든 포르쉐 모델의 사운드는 해당 모델의 특징과 잘 어우러져야 한다. 예를 들어 GT3에 맞는 음악은 의심의 여지없이 락이다. 이에 대해 패플린 박사는 “차량에 탑재된 성능에 맞는 사운드를 내야 하죠.”라고 설명을 덧붙인다. 이는 합성된 팝 음악이 아닌 실제 악기로 연주한 생음악이다. 음체는 당연히 모든 하중 상태에서 조화로운 음색이 나올 수 있도록 혼합된다.
이 모든 것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패플린은 차량 엔지니어와 엔진 개발자가 첫 번째 프로토타입을 다 완성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좋은 사운드를 얻기 위한 노력은 이보다 훨씬 더 이전부터 시작된다. 구동과 자동차가 아직 디지털 창작 단계에 있을 때 포르쉐에서 가속 전환 음향을 담당하고 있는 음향 전문가인 베른트 뮐러(Bernd Müller)는 이미 배기 시스템과 머플러의 수많은 가능성 즉, 차량의 사운드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소를 산정한다. 이를 통해 수백 개의 음성 파일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실제의 프로토타입이 완성되기도 전에 자동차의 사운드를 미리 들어볼 수 있어요.”라고 뮐러는 신기한 디지털 세계를 아주 비유적으로 설명한다. 노련한 동료들과 함께 수많은 샘플 중에서 3-4개를 추려낸다. 이렇게 추려낸 샘플은 포르쉐 이사회에서 소개되고, 그 곳에서 차량의 외부 디자인을 고안하는 과정과 비슷한 강도로 토론이 이루어진다. 결정이 내려지면 뮐러는 배기 시스템의 사양에 대한 작업을 시작한다. 파이프 직경에서 머플러 규격에 이르기까지 차후에 완벽한 사운드를 책임지게 될 결정적인 파라미터를 정하게 된다.
포르쉐 구동 분야 엔지니어들이 개발해내는 혁신적인 엔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올해로 20년차인 열정적인 음향 전문가인 뮐러의 임무도 이미 끝났을 것이다. 터보 엔진, 오래 전부터 투입되고 있는 첫 번째 4기통 엔진,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차량 및 앞으로 나오게 될 순수 배터리 전기 구동 스포츠 리무진까지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들은 뮐러에게 일종의 매력적인 도전이고, 포르쉐 브랜드에게는 매우 중요한 챌린지다.
배기 시스템의 튜바
뉴 911 카레라는 신형 3리터 터보 박서 엔진으로 더 빨라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200km까지 14.8초만에 도달하며, 이는 이전 모델보다 약 1초 더 단축된 기록이다. 이런 토크의 증가는 특히 각각의 실린더를 움직이는 터보 차저 2대 덕분이다. 새로운 엔진으로 운전자들은 가속에 매료되지만 동시에 이는 뮐러에게 두가지과제를 안겨 주는 셈이 된다. 신형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는 이제 먼저 터빈으로 유입되고, 이를 통해 유입 속도와 음색이 달라지게 된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특정 음의 높이가 다른 음보다 더 강하게 완충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주파수 스펙트럼이 이동하게 된다.
더 나아가 분당 최대 20만번까지 회전하는 터빈 차저도 완전히 독립적인 사운드를 낸다. 바로 이것이 잘 알려진 터빈 차저 사운드이다. 운전자가 가속을 직접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이 사운드는 주행에 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빠른 속도로 주행할 때 지속적으로 거슬리는 소리가 나는 것을 방지해야 했다. 이것이 바로 음향 전문가가 다양한 기술적인 조치를 이용해 극복해낸 두 가지 도전이었다. 예를 들어 블로어로 유입되는 배기가스의 흐름을 조절하는 웨스트 게이트 밸브는 특정 상황에서 청각적인 요구 사항에 따라 작동된다. 세 번째 요구 사항은 포르쉐 음향 전문가에게 자주 전달되는 고객의 희망 사항을 감안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더 많이 완충되는 블로어의 효과에도 불구하고 추가 옵션인 스포츠 배기 시스템이 더 우렁찬 사운드를 내는 것이다. 뮐러 팀은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았다. 차량의 후미 중앙에 장착된 테일 파이프와 함께 머플러의 특수한 구조를 이용해서 낮은 음을 구현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변경으로 촉매 변환기와 머플러 사이에 특정 길이의 파이프를 장착할 수 있게 되었다. 투바에서 그러하듯, 배기 시스템에서도 음의 높이가 파이프의 길이에 따라 달라진다.
비대칭과 공명기
올 봄, 포르쉐는 4기통 엔진이 탑재된 718 박스터의 신형 모델을 소개했다. 90년대 중반 968의 생산이 중단된 이래 20년만에 다시 새로운 차량을 내놓은 것. 718 박스터 엔진에도 포르쉐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악기가 투입된다.
엔진의 기본 음은 원칙적으로 실린더 개수로 결정된다. 4기통 엔진에서는 크랭크축이 1회 회전할 때마다 2번의 폭발이 일어난다. 이렇게 처음에는 두번째 레시프로 엔진이 청각적으로 지배적이다. 만약 이 뿐이라면 이런 종류의 엔진은 아마도 다소 거친 소리를 낼 것이다. 그래서 바이삭의 음향 전문가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엔진 엔지니어와 함께 배기 매니폴드를 고의적으로 비대칭적으로 디자인했다. 배기 매니폴드를 통해서 배기가스가 맨 먼저 터보 차저로 유입되어, 배음이 생겨나고, 편안하고 훨씬 더 부드러운 음색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718의 배기 시스템은 사운드를 한층 더 섬세하게 해 준다. 이를 위해 촉매 변환기 뒤에서 나오는 배기가스 질량 유량은 다시 길이가 다른 두 갈래로 분배된다. 더 짧은 파이프는 특히 전체 소음 레벨을 완충하는 일반 머플러로 이어지고, 더 긴 가닥은 우선 헬름홀츠 공명기로 유입된다. 이 명칭은 19세기에 베를린에서 활동한 독일의 생리학자이자 물리학자였던 헤어만 루드비히 페르드난트 폰 헬름홀츠(Hermann Ludwig Ferdinand von Helmholtz)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 시대의 다른 많은 학자들이 그랬듯이 헬름홀츠는 신경 세포, 에너지 보존의 원칙 또는 자기장과 같은 다양한 분야를 연구했다. 그의 가장 중요한 발명 중 하나는 그의 이름을 딴 유명한 공명기이다. 헬름홀츠 공명기는 한 쪽만 열려 있는 용기에 공기를 채운 것이다. 진동하는 공기 즉, 진동이 열린 부분으로 지나가면 공기는 용기 안에서 진동하고 이때 음도 생성된다. 기하학적 수치를 어떻게 선택하는지에 따라 공명기 자체의 주파수는 특정 음을 혼합하거나 또는 존재하는 음을 삭제할 수 있다. 이렇게 섬세한 사운드를 위한 섬세한 조율이 가능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양쪽의 테일 파이프를 통해서 우리의 귀로 들어오는 소리이다.
전기 엔진을 위한 작곡
미션 E의 양산 차량 개발과 함께 포르쉐 음향 전문가들의 미션에도 변화가 생겼다. 순수 전기 자동차의 가속 능력은 매우 매력적이지만, 이 경우 극도로 조용한 사운드가 생성되며, 높은 주파수의 음이 지배적이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설 때와 같은 상황에서 이런 조용한 사운드는 물론 장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내 교통 상황에서는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들이 차량을 눈으로 식별하기 전에 이를 먼저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안전 측면에서는 더 효과적이다. 그래서 미국과 같은 몇몇 국가에서는 이미 승용차의 최소 사운드 강도를 규정하는 법을 이미 준비 중에 있다. 그렇다면 어떤 새로운 사운드가 여기에 적합할까?
패플린과 뮐러가 제시하는 첫 번째 질문은 ‘어떤 사운드가 차량의 특징에 잘 어울릴까’이다. 이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포르쉐 음향 전문가들은 항상 작곡하는 마음가짐으로, ‘차량과 전혀 상관이 없는 사운드를 만들면 안 된다’는 포르쉐 철학을 따른다는 사실이다. 영화 ‘스타워즈’에서와 같은 인위적인 사운드는 포르쉐에서는 분명히 환영 받지 못한다. “핸드폰의 벨소리를 다운로드 받듯이 새로운 사운드를 포르쉐에 장착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라고 패플린은 말한다. 포르쉐 전문가들은 완전히 새로운 제품과 기술의 개발 초기 단계에서 여론을 수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패플린은 “모든 고객은 자신만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요. 어떻게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심포니를 평가할 수 있겠어요? 고객들은 포르쉐가 항상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미션 E의 기본 버전이 어떤 사운드를 낼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음향 전문가들의 역할이 차량 개발 과정에서 더 중요해진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실내 스피커와 외부 스피커를 통해 더 강해진 사운드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인 소음 수준은 낮다. 그래서 기계부품과 빠른 주행 시 바람으로 인한 소음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윈드 터널에서 개발팀 동료들과의 긴밀한 협동 작업을 통해 패플린과 뮐러는 마지막에 포르쉐 사운드가 탄생하는 것을 보장해야 했다. 하지만 주행 테스트에서 불협화음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서 이 두 전문가는 신비의 묘약까지 준비했다. 이것은 바로 연소 엔진 차량에서 이미 선보인바 있는 음향 카메라이다. 광 센서와 지향성 마이크로폰의 조합을 통해 차체의 깊숙한 곳에 숨겨진 소음원을 찾을 수 있다.
대형 오페라
포르쉐 음향 전문가들은 예술가가 아니라 엔지니어이자 물리학자이다. 음향 전문가들이 엔진 배열, 유량 계산 및 주파수 분석에 몰두하고 있을 때, 가끔씩은 이들 전문가들의 일상 업무에서 갑자기 감성적인 결과가 도출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직접 만든 음향 데이터베이스에서 샘플을 찾고 있을 때, 역사적인 르망 레이싱카의 사운드를 우연히 찾게 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그럴 때는,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예요.”라고 패플린은 고백한다. 미래에 어떤 엔진이 장착되는지에 상관없이 모든 새로운 포르쉐 모델에서 이와 같은 전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글 Johannes Winterhagen
사진 Markus Bolsin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