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ransaxle Era
포르쉐가 새로운 개념을 규정했던 시대. 924가 데뷔한 지 40년이 지난 지금 포르쉐 박물관은 지금껏 공개하지 않은 전시물과 함께 타입 924, 944, 968 그리고 928을 전시하며 트랜스액슬 시대의 진면모를 보여준다. 당시에는 하나의 혁명과 같았으며 오늘날에는 수집가들에게 주목받는 슈팅 스타가 되었다.
전례가 없는 스포츠카. 924의 엔진은 전면부에 변속기는 후면에, 그리고 그 사이에는 충분한 공간을 두었다. 40년 전 포르쉐는 트랜스액슬 컨셉트에 따른 현대적 4기통 스포츠카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당시의 광고 문구인 ‘신개념 가족형 스포츠 콤비’가 이 차량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1년이 지난 후에 포르쉐는 역시 같은 방식으로 엔진을 전면부에 변속기를 후면부에 장착한 928로 그란 투리스모의 영역을 넓혀 나간다. 하지만 이번에는 8기통 엔진이 이 미래형 스포츠카를 구동시켰다. 1977년 당시의 설명서에 따르면 928 컨셉트는 자동차계의 서열을 새롭게 규정하였다. 순종의 고성능 스포츠카, 편안함을 강조한 럭셔리 쿠페, 그리고 다방면의 기능성 차량, 이렇게 세 종류의 컨셉트가 단 한 대의 차량 928에 결합된 것이다.
트랜스액슬은 변속기를 뜻하는 말인 트랜스미션과 차축을 뜻하는 액슬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합성단어이다. 고정된 파이프에 위치한 구동축을 통해서 엔진에서 뒤차축으로 동력이 전달된다. 이러한 원리는 전기 동력 보조장치가 없던 당시에는 혁신적인 컨셉트로써 중립적이면서 매우 안전하게 조작할 수 있는 특성을 보장했다.
차량의 중량이 적절히 분배됨과 동시에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그 시대의 스포츠카 구조를 각인시킨 차량으로는 후미에 엔진이 장착된 911과 함께 두 종의 트랜스액슬 스포츠카가 있다. 그 중 하나인 928은 20년 가까이 생산되었고, 다른 하나인 포르쉐 924에 이어 944와 968이 1995년까지 약 40만 대가 생산된 이후에 트랜스액슬의 시대는 막을 내린다.
그 중에 소량으로 발췌된 23대의 차량이 올해 10월 중순까지 포르쉐 박물관에 특별 전시된다. ‘40년간 거꾸로 생각하기 - 엔진은 앞에 변속기는 뒤에’라는 모토를 내걸고 있는 이 전시회에서 보여지는 절반 이상의 차량은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이다.
69세의 포르쉐 디자이너 함 레가이(Harm Lagaaij)는 트랜스액슬 시대의 처음과 끝을실제로 경험한 사람이다. 그는 스포츠카 제작자에게 중요했던 두 시대에 시각적인 특징을 새기는 데 이바지했다. 그는 젊은 디자이너로서 924를 만들고 포르쉐를 떠났다가, 1989년 디자이너 팀장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마지막 트랜스액슬 모델인 968과 928 GTS 그리고 911의 마지막 공랭식모델을 디자인한다. 그와 동시에 그의 팀은 첫 박스터 모델과 첫 수랭식 911을 만들어내 포르쉐에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포르쉐 박물관에서 열리는 이 특별 전시회는 함 레가이 그 자신의 역사 중의 일부에 대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1971년 포르쉐에 입사한 그는 1972년 2월 처음으로 큰 기회를 얻게 된다. 포르쉐 디자인 팀장이었던 아나톨레 라핀(Anatole Lapine)이 그의 팀에게 당시 폭스바겐으로 부터 위임받은 개발 프로젝트 EA 425를 디자인하라는 과제를 준 것이다. 레가이는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기 시작했고, 결국 쿠페의 외형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당시 그는 그 차량이 몇 년 뒤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로 등극한다는 사실을 예측할 수 없었다.
“저는 이제 25살이 된 젊은 디자이너였어요. 사실 폭스바겐의 프로젝트로 시작된 924 모델 작업에 참여하게 된 것이 결정적이었지요. 당시 마지막 결정 단계에 3개의 외형 디자인 시안이 있었는데, 하나는 리처드 소더버그(Richard Soderberg)의 것, 다른 것은 도슨 셀러(Dawson Sellar), 그리고 제가 제시한 것이었어요. 이 셋 모두 트랜스액슬 리스트에 올려져 있었어요. 각각의 디자인은 매우 달랐어요.” 이 세 개의 디자인은 모두 1:5 비율로 제작되어 볼프스부르크에서 시연되었다. “제 디자인이 선택되었죠.”라고 레가이는 말한다. 그가 924 모델의 비율을 청사진으로 스타일리시한 방식으로 제작하는 동안 다른 디자이너가 세부 디자인을 결정지었다. “폭스바겐 대표진은 리처드 소더버그가 제시한 큰 유리가 달린 테일 게이트가 더 좋을 것 같다고 언급했고, 그래서 제 모델에 유리로 된 반구형의 테일 게이트가 장착되었습니다.” 924와 928의 내부 디자인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한스 브라운이 맡았다.
나머지는 이미 유명한 이야기이지만, 사실 거기에는 알려지지 않은 일화가 있다. 1974년 말에 폭스바겐은 이미 생산 준비 단계에 도달해 있었지만, 당시 벌어진 석유 파동의 영향으로 사실상 완전히 마무리된 EA 425 프로젝트는 중단되어야 했다.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포르쉐는 시리즈로 양산될 준비가 된 스포츠카의 권리를 취득했고, 1976년 초 그 판매를 개시했다.
924에는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부속품이 장착되었지만, 구동 기술이나 스타일에 있어 처음부터 명백하게 포르쉐가 될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 프로젝트가 처음에는 폭스바겐을 위해 개발되었지만 결국에는 포르쉐 프로젝트로 성공하게된 것은 그 원래의 시안이 훌륭했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라고 레가이가 말한다. 이 차량이 오늘날까지 포르쉐로 확연히 인식되는 이유는 이 프로젝트가 폭스바겐의 의뢰였음에도 시안을 스케치하는 동안 줄곧 포르쉐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그가 설명을 잇는다. “924의 디자인은 말 그대로 직관적으로 탄생하였습니다. 물론 이 디자인은 포르쉐에게는 지금까지 없던,예상치 못한 것이었습니다.”
이 젊은 디자이너 레가이로부터 단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924와 동시에 928이 탄생하였다. 디자인 센터에 이 두 모델이 함께 있는 것을 보여주는 사진이 있다. 928의 개발에서도 역시 아나톨레 라핀이 감독을 맞았고 볼프강 뫼비우스(Wolfgang Möbius)가 이 그란 투리스모의 원안을 그렸다. 이 두 모델을 관찰해보면 시너지 효과를 느낄 수 있다. “트랜스액슬 컨셉트는 차량의 중량 분할을 위해 생겨난 것입니다. 바로 50:50이 목표였습니다. 모델의 비율을 들여다보면 이 목표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라고 레가이가 말한다. 비슷한 점들을 이해하기 위해 세부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두 모델 모두 전면부 밑의 살짝 돌출된 부분과 상당히 긴 보닛, 그리고 긴 루프를 가지고 있다. 후미의 밑의 돌출부는 차축의 뒤에 장착된 변속기가 배치된 공간으로 중량의 균형을 완벽하게 맞춰 차량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모터 저널리스트들은 앞 차축과 함께 조종되는 바이삭 리어 액슬이 장착된 포르쉐 928을 그 시대의 가장 현대적인 스포츠카로 평가했다. 1978년 이 차량은 국제적으로 최고의 상인 ‘European Car of the Year’를 획득했다. 당시 혁신적이었던 이 차량들, 924, 944, 968 그리고 928은 오늘날 사랑받는 클래식카로 변모하여 점차 소장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1989년 함 레가이가 포르쉐에 돌아왔을 당시, 스타일 면에서 서로 비슷한 점이 거의 없었던 이 세 시리즈, 944, 928 그리고 911(964)이 그의 앞에 놓여 있었다. “당시에는 가족적인 유사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성공의 열쇠라고 여겨진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이 시리즈들에 바로 이 점이 식별되도록 만들었지요.”
1991년 포르쉐는 968과 928 GTS를 통해 이 가족 전시회의 첫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중요한 것은 전략적인 디자인 컨셉트를 강력하게 시각화하는 것이었습니다.”라고 레가이가 말한다. 1993년에 이러한 방식으로그 전임자보다 분명하게 돋보이면서도 전면부에 있어서 968과 928의 유사함을 보여주는 911 시리즈 중 하나인 993가 탄생된다. 하지만 2년 후 트랜스액슬 모델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레가이는 이미 1995년 여름에 미래를 향한 문을 연다. “오랫동안 사랑 받는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했죠.” 그리고 그는 첫 번째 포르쉐 박스터와 911의 한 시리즈인 996으로 미래로 향하는 포르쉐의 그림에 대한 질문에답을 내놓는다.
글 Thomas Fuths
사진 Rafael Kröt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