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a dream

열정적 완벽주의자의 애장품.
한스 페터 포르쉐(Hans-Peter Porsche)는 150년이 넘은 오래된 장난감이나 철도모형과 같은 주석 장난감 골동품들을 수집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소중한 보물을 위한 전시 및 휴식공간인 트라움베르크(TraumWerk)를 설립하였다.

곰이 그려진 빨간색 넥타이를 맨 검은 재킷의 백발 노신사가 친절하게 전시장으로 방문객들을 안내한다. “이쪽을 보시면 고유의 특징이 잘 표현된 악어와 메르클린의 기관차를 재현한 미니어처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저쪽에 보이는 배모형은 너무 섬세해 실물과 혼동될 정도죠. 모두가 멋진 수공 예술품들입니다.” 그의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가득하고 연배에 어울리지 않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에는 즐거움이 배여 있다. 장난감을 소개할 때마다 반짝이는 눈동자는 가슴 깊은 열정을 짐작하게 한다.

한스 페터 포르쉐와 함께하는 흥미로운 동심의 세계, 트라움베르크의 관람 일정은 다양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 중 하나는 주석 장난감을 위해 마련된 2,500제곱미터의 상설 전시장과 550제곱미터에 달하는 철도모형 전시관의 엄청난 규모이다. 이 공간에서 한스 페터 포르쉐는 40년 이상 수집하고 십여 년 동안 박스에 보관해온 애장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이제 페리 포르쉐의 아들은 독일 남동부에 위치한 베르히테스가덴(Berchtesgaden) 지역에 그의 애장품을 위한 박물관을 건립했다.

관람객 동선을 작은 철도 궤도 또는 레이싱 트랙에서 전형적인 8자 형태로 설계하라는 요구사항과 함께, 그는 베를린 소재 건축사무소 폴커 슈탑(Volker Staab)에 전시건물의 시공을 의뢰한다. 관람객 동선의 첫 번째 부분은 주석 장난감 상설 전시장으로 150개의 진열대에 수많은 기차역 모형, 자동차, 비행기, 배, 가게 모형, 열차 등이 전시된다. 두 번째 부분에는 철도모형 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쪽으로 오시면, 저희 집 손님용 접견실에 놓아 두었던 1910년대 수영장 모형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곳을 물로 채우고 저기에 있는 펌프를 켜면 요기 샤워장에서 물이 나옵니다. 이 모형은 트라움베르크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접견실에는 사냥 기념품들이 걸려 있지만 한스 페터 포르쉐의 관심사는 이와 달랐다. “오래전에 만들어진 장난감이지만 섬세한 디테일과 놀라운 정교함은 저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는 기술적 완벽함에 대한 가치를 이렇듯 높게 평가한다. “전 생애에 걸쳐 이렇게 완벽하게 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열정, 완벽함과 섬세함은 저 같은 전갈자리 남자들의 특징이도 하죠.” 기술적 완벽함에 대한 동경은 회사 창립자의 손자를 비롯한 많은 가문 구성원의 공통점들 중 하나인 것 같다. “어렸을 때 형과 저도 만드는 걸 좋아했죠. 한번은 어머니께서 부활절 때 계란에 색을 칠하라고 말씀하셨죠. “페르디난트 알렉산더 형은 메르클린 블록 키트로 기계를 만들고, 저는 마개용 코르크를 잘라 그 사이에 계란을 끼워 넣어 고정시켰죠. 그 다음 붓을 고정할 홀더를 만들고 회전하는 계란에 붓의 끝부분이 닿도록 하는 방식으로 간단하게 계란에 여러 가지 색을 칠한 기억이 나네요. 당시 우리는 열 살이 채 되지 않았어요.” 트라움베르크에는 어린 시절 동심의 세계와 당시 시대상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19세기 산업화로 나무 장난감의 시대가 주석 장난감으로 대체되는 과정을 전시 공간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관람객의 동선을 따라 전 세계의 엄선된 장난감 제조사에서 만든 잠수함, 배, 증기기관 그리고 자동차들이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오래된 애장품은 1865에 제작된 기관차이다. 가격을 살펴보자면, 50유로의 손톱만 한 드럼통에서부터 집 한 채 값을 호가하는 이사용 상자 크기의 배 모형에 이르기까지 실로 천차만별이다.

또한 전시 코너의 한편에는 은색 포르쉐 550 스파이더를 비롯한 어린이용 패달 및 전동 자동차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스파이더에 선명하게 보이는 스크래치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지는 순간, “이 차는 집에서 손자들이 타던 것입니다. 남아 있는 흠집마다 작은 추억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상관 없어요. 누구나 처음엔 실수를 하니까요.”라며 궁금증을 풀어준다.

포르쉐 씨의 애장품 중에는 자동차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는 추억의 레이싱카도 포함되어 있다. 트라움 베르크의 아래층에는 포르쉐 씨가 개인적으로 수집한 자동차 컬렉션이 전시되어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리에주- 로마-리에주 랠리에 세 번 출전한 포르쉐 904, 포르쉐 356 그리고 ‘오랫동안 세워두면 싫어하는 녀석이라 한 달에 한번은 달려주어야 한다’는 독특한 디자인의 포르쉐 959, ‘아들이 선물한’ 오스트로 다임러(Austro-Daimler), 1리터로 100킬로미터를 주행하는 폭스바겐의 1리터카 XL1, 타르가 버전의 포르쉐 914, 포르쉐 944, 포르쉐 928 그리고 특별히 애착이 간다는 라이트 블루 컬러의 포르쉐 912. “912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 차입니다. 1966년 어머니께서 성탄절 선물로 받은 차로 20년 동안 이탈리아 여성이 소유했었는데, 최근 이 여성으로부터 다시 구매했기 때문이죠. 게다가 이 차는 1966년 당시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포르쉐 씨는 각각의 소장품에 얽힌 사연들을 함께 소개했다. 전시장의 개인적 진열대는 관람 일정의 마지막 부분을 장식하는 1층 끝 코너에 놓여 있다. 여기에는 한스 페터 포르쉐의 어린 시절 추억이 어려 있는 다임러 장난감 차, 레이싱 카, 테디베어 그리고 첫 번째 테디베어 넥타이 등이 전시되어 있다. “스투트가르트에 사는 지인이 오래 전에 선물한 것입니다. 지금은 600개가 넘는 테디베어 넥타이를 소장하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저는 타고난 수집가였던 것 같아요. 처음엔 맥주 코스터(coaster), 그 다음은 성냥갑, 나중에는 칵테일 믹서 등을 수집했으니까요.” 아래로 내려가는 경사로는 로비로 이어지고 있었다. 포르쉐 씨의 얼굴에서 긴장감을 읽을 수 있었다. 다음 일정으로 시간에 쫓기는 걸까? 아니면 점식 약속?

“빨리 오세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포르쉐 씨가 전시장의 두 번째 부분인 철도모형 전시관으로 관람객들을 안내했다. “표정 관리하세요. 사진 찍습니다.” 관람객들이 이 공간에 들어서자 정말 반대편 벽의 피규어에 설치된 카메라에서 플래시가 터졌다.

이곳은 트라움베르크의 심장이다. 5미터 높이, 365제곱미터의 면적에 경관 미니어처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보덴제 (Bodensee) 호수를 중심으로 한 독일, 오스트리아 및 스위스의 국경 지역이 미니어처로 정교하게 재현되어 있고, 포르쉐가 손수 수집한 180대의 열차도 볼 수 있다. 이 중 40대는 총 2.7킬로미터에 달하는 서로 독립된 9개의 구간을 동시에 달리고, 다른 열차들은 32개의 기차역에 정차해 있다. 30대의 자동차 모형도 각각의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는 듯하다. 산악 철도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젬머링(Semmering) 지역을 재현한 미니어처에서는 스키어들이 금방이라도 눈 위를 활주할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진다. 입구 우측에는 실제로 눈 위를 활주하는 스키어 미니어처가 모습을 드러낸다. 아름다운 호수의 언덕이 재현되어 있고 화이트 컬러의 포르쉐 카이엔이 도로를 따라 언덕 아래로 내려간다. 교차로 앞에서 멈추고, 방향지시등을 켜고 전원주택 방향으로 이동한 후에 차고 앞에서 다시 멈춘다. 게이트가 열리면 모형 포르쉐가 차고로 들어가고 게이트가 닫힌다. 이곳을 방문한다면, 미니어처로 구현된 평범한 일상들이 어떤 감동을 선사하는지, 미니어처 매니아들이 어떤 희열을 느끼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작지만 강렬한 즐거움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잘츠부르크 지역 특유의 축제용 무대 모형, 산악의 은밀한 장소에서 서로 마주 보며 수줍어하는 한 쌍의 연인, 주펜하우젠의 포르쉐 공장에서 섬광을 번뜩이며 작업하는 용접 로봇, 최초의 VW 비틀이 탄생한 슈투트가르트의 포이어바흐 벡 (Feuerbacher Weg)에 있는 포르쉐 할아버지의 저택 그리고 멀리 호수의 기슭을 바라보고 있는 트라움 베르크 창립자의 저택. 이곳에서는 4명의 엔지니어와 한 명의 모형 제작자가 통제실에서 16대의 컴퓨터를 모니터링한다. 마인츠 근처에 있는 모형 철도 전문가와 그의 팀이 2년에 걸쳐 시스템을 완성하였다. 그는 원본 설계도와 사진을 근거로 주택과 기차역을 재현했다. 한스 페터 포르쉐 씨도 80,000개에 달하는 나무 중 일부를 손수 접착하였고, 그의 아들은 배선 납땜 작업을 도왔다. 300~400킬로그램에 달하는 모듈은 앙거(Anger) 지역으로 옮겨와 여기에서 조립되었다.

또한 이런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야 했다. “개장 전 이 공간은 너무 건조했습니다. 이로 인해 목재 모형들이 너무 빨리 움직이고, 레일의 일부에서 갈라지는 현상이 나타났고 시스템 전체의 이음부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많은 것들을 새로 배워야 했습니다.” 이제 이런 초창기 문제들은 먼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다. 한스 페터 포르쉐 씨가 일어나자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고 산 뒤에서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침을 지나 오후의 풍경이 펼쳐지고 저녁에는 천둥과 번개가 치고 다시 고요한 밤의 적막 속으로 들어가는 멀티미디어 쇼는 총 17분 40초가 소요된다. 참고로 30명의 공무원들이 이 무대를 구현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이 전시 공간의 중앙에 서 있던 포르쉐 씨는 상기된 표정으로 그의 심정을 들여 주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자주 본 장면이지만 매번 감동을 받습니다.”

글 Bernd Zerelles
사진 Theodor Barth

TraumWerk

Zum Traumwerk 1, 83454 Anger-Aufham, 독일
개방시간: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9:00~17:30
월요일은 쉬는 날

www.hanspeterporsch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