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람회의 그림
경이로운 혁신과 모든 구성요소들의 완벽한 조화는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가 첨단기술의 총아로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이다. 각각의 구성요소는 그 자체로 절대적 가치를 갖지만, 함께 조화를 이룰때 더욱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크리스토포러스에서 이 첨단부품들에 대해 상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Modest Mussorgski)의 피아노 관현악 조곡 ‘전람회의 그림’은 수많은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주고있다. 이런 피아노 연곡에는 몇 가지 규칙이 적용되는데, 이 규칙에 따르면 각 파트의 연계성을 부여하기 위해 단편성과 연속성이 적절하게 조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각 파트의 예술성과 독립성도 듣는이를 만족시켜야 한다. 세계 내구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에서도 이 규칙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오케스트라 피트(orchestra pit)에서의 성공이 각 악기의 완벽한 하모니로 결정된다면, 레이스 피트에서의 성공은 개별 부품의 월등한 성능과 상호 연동성에 따라 좌우된다.
이 혁신적인 르망 프로토타입에서는 복잡한 각각의 첨단 기술들이 마치 하나의 기술인 것처럼 조화를 이룬다. 이제 핵심적 역할을 하는 파워트레인에 대해 살펴보자. 운전석 뒤에는 리어 액슬을 구동하는 4기통 2리터 엔진이 탑재된다. 이 엔진은 다운사이징의 표준이자 라이트사이징(rightsizing)의 벤치마크로 인정받고 있다. 엔진 자체의 연료 소비를 혁신적으로 줄이고 인텔리전트 에너지 리커버리 시스템을 탑재하여 놀라운 연비를 구현하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에 추가적으로 탑재된 전기엔진은 프런트 액슬을 구동한다. 이 두 가지 동력원은 거의 1,000마력에 달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기 엔진에 전기를 공급하며, 전기는 두 개의 에너지 회생시스템에 임시로 저장된다. 919에서 감속이 감지되면, 프런트 브레이크에 전달되는 운동에너지가 전기로 전환된다. 가속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배기 흐름에서 전기를 회수한다. 점화플러그, 배기터빈, 배터리셀 또는 이 개별 부품들을 제어하는 컨트롤유닛은 완벽하게 설계되고 극한적 조건에서도 작동해야 한다. 각각의 컴포넌트는 그 자체가 마스터피스로 완벽함을 자랑하지만, 함께 연동할 때 비로소 그 빛을 발한다.
이것은 공기역학적 조합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앞 범퍼에서 리어 디퓨저까지의 공기통로가 공기역학에 적합해야 하고 통풍구 또는 사이드 미러도 고려해야 한다. 몇 시간 후에 브레이크 과열로 차가 멈춰야 한다면, 직선 구간에서의 월등한 최고 속도도 빛을 발하지 못할 것이다. 이 프로토타입에 적용된 모든 기능들은 각 분야의 한계를 극복한 최신 기술의 결과물이다. 각 부품의 성능과 완벽한 연동을 위해 엔지니어들은 매일 기술의 한계를 지속적으로 극복해나가고 있다. 포르쉐의 바이삭 LMP1 팀에는 260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인 이런 직원들의 헌신적 노력이 아니였다면, 최근 레이스에서 보여준 포르쉐의 성공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포르쉐 전문가들은 모터 스포츠에서 검증된 기술들이 일반 스포츠카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1 스티어링 휠
최신기술의 스티어링 컴퓨터. 프로토타입의 중앙 통제 시스템으로 24개의 버튼과 6개의 레버를 통해 919의 속도와 동작을 제어한다.
LMP1 드라이버에게 있어 스티어링 휠은 컴퓨터의 조작 버튼과도 같다. 드라이버는 전면에 있는 24개의 버튼과 스위치 그리고 후면에 배치된 6개의 레버(클러치 및 변속기용)를 이용해 복잡한 레이싱 카를 제어한다. 디스플레이에는 주행 상태를 알려주는 수치들이 표시된다. 자주 사용되는 버튼은 전기 에너지를 호출하는 부스트 버튼 그리고 고속 프로토타입이 느린 GT 차량에 경고 신호를 보낼 때 쓰는 헤드램프 점멸 버튼이다. 복잡한 설정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복수의 스위치 또는 레버를 동시에 사용한다. 이런 설정으로는 엔진 및 하이브리드 매니지먼트 그리고 트랙션 컨트롤을 들 수 있다. 이외에도 브레이크 밸런스, 무선 전화, 확인 버튼, 음료수병, 세일링 기능(sailing function) 및 레이싱에서 중립화 피트레인을 위한 크루즈 컨트롤 등이 탑재되어 있다. 어둠 속에서도 드라이버가 쉽게 물체를 인식할 수 있도록 블랙 라이트(black light)로도 불리는 자외선 탐상등이 형광색에 조사된다.
2 도어
3킬로그램의 가벼운 무게. 안전상의 이유로 운전자가 7초 내에 차에서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별도의 헤드레스트 구조물이 포함된다.
3킬로그램이 채 되지 않는 경량 도어에는 최소 크기가 규정되어 있다. 드라이버가 7초 내에 차에서 내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상 시 도어를 힌지에서 분리하기 위한 퀵 릴리즈 시스템은 구비해야 하는 필수 항목에 속한다. 이외에도 운전석 도어는 헤드레스트 구조물을 지지하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형상기억 폴리머(변형 후 다시 본래의 형태로 복원되는 플라스틱)로 제조되며 특정한 강도를 갖도록 하기 위해 아라미드 복합 섬유강화 플라스틱으로 코팅되어 있다.헬멧에 의한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어 프레임은 700킬로그램의 횡방향 하중에도 손상되지 않아야 한다. 주행 중에 콕핏의 측면에는 도어를 60킬로그램의 하중으로 밖으로 당기는 저압 구간이 형성된다. 또한 프레임은 공기역학적 특성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강성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고탄성 탄소섬유가 포함된 섬유강화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다. 윈도우는 최소 2밀리미터 두께의 폴리카보네이트로 제조된다.
3 연료 필러넥
화재 방지를 위해 최고의 기밀성이 요구되는 부품으로, 피트 스톱의 단축에 결정적인 신속한 주유를 위해 유체역학적 설계가 필수적이다.
피트 스톱은 안전하고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 제조사는 대회 규칙에 명시된 연료 시스템과 연료 필러넥의 설계 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주유 중이나 연료 노즐을 뽑을 때 약간의 연료도 옆으로 새지 않아야 하는데, 적은 양으로도 가열된 레이싱 카에서 즉시 화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즐의 안전한 차단은 정비 기술자가 양손으로 활성화시켜야 하는 복잡한 구조의 유동적 메커니즘을 통해 보장된다. 추가적인 안전장치로서 센서가,연료 노즐을 뽑기 전에 엔진이 시동되는 것을 억제한다. 919 하이브리드에서 주유는 추가적인 압력 없이, 단지 중력의 힘으로만 진행된다. 연료가 최대한 저항 없이 특수한 형태로 설계된 연료탱크로 흐르도록 하기 위해 유체역학에 더 큰 의미가 부여된다. 연료와 공기가 동시에 연료 노즐을 통해 탱크로 흐르지만, 공기는 최대한 빨리 연료탱크에서 배출되고 연료는 최대한 빨리 주입되어야 한다.
4 점화 플러그
소형화 및 경량화가 요구되는 특수 제작 부품. 르망 24시에서 5백만 번 이상 점화되는 중요한 부품 중 하나이다. 4기통 V4 엔진은 최대 9,000rpm으로 회전한다.
919 하이브리드의 콤팩트한 4기통 2리터 가솔린 엔진은 포르쉐에서 제작한 내연기관 중에서 최고의 효율성을 자랑한다. 이 중앙 직분사 엔진은 극한적 하중을 극복해야 한다. 엔진의 최고 속도는 9,000rpm에서 달성된다. 엔진에 관련된 작은 부품들은 탁월한 경량성에도 불구하고 출력 및 안정성과 관련하여 최적화되어야 한다. 이것은 점화 플러그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점화 플러그는 디젤 엔진에서 발생하는 높은 압력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2016년 르망 24시 레이스 우승차 919 하이브리드에서 각각의 점화 플러그는 가솔린 공기 혼합기를 5백만 번 이상 안정적으로 점화시켰다. 점화 플러그는 특수 제작 부품으로 일반 양산 제품에 비해 현저하게 작고 경량화되었다.
5 터빈
배기관 내 와류로 전기를 생산하고 리튬이온 배터리로 전달한다. 가변 지오메트리 구조를 가지며, 120,000rpm 이상의 속도로 회전한다.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는 FIA 세계 내구 선수권 대회에서 유일한 프로토타입으로, 제동 과정에서뿐 아니라 가속 시에도 에너지를 회수하여 전기로 전환시킨다. 이를 위해 배기 트랙에는 120,000rpm으로 발전기를 구동하는 소형 터빈이 탑재되어 있다. 이를 통해 생산된 전기는, 프런트 액슬의 제동 에너지에서 회수한 전기처럼 리튬이온 배터리에 저장된다. 운전자가 버튼을 누르면 여기에 저장된 에너지를 추가동력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양한 조건에 따른 최적의 터빈 어댑테이션을 보장하기 위해 터빈에는 가변 터빈 지오메트리(VTG) 기술이 적용되었다. 배기 압력에 따른 터빈 지오메트리의 어댑테이션을 보장하는 이 VTG 기술 덕분에, 낮은 엔진 속도와 그에 따른 낮은 배기 압력에서도 터빈 구동이 가능하다.
6 미러
공기역학의 방해요소이지만, 최적화를 통해 대회 요건을 만족시킨다. 100cm²의 미러 면적, 500g의 무게가 규정되어 있다. 주야간 기능은 필수이며, 저진동으로 설계되었다.
공기흐름을 방해하는 사이드 미러를 배제하는 것은 모든 공기역학 엔지니어들의 가장 큰 희망사항일 것이다. 하지만 운전자들에게 있어 사이드 미러는 포기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며 대회 규칙에서도 안전상의 이유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 미러는 적어도 100제곱센티미터의 면적을 가져야 하며, 운전자가 보통의 시트 위치에서 10미터 이상의 거리에 있는 모든 후방 차량을 식별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경기 진행요원들은 문자판을 이용해 이 규정의 준수 여부를 검사한다. 이외에도 주야간 설정은 의무사항으로, 감광 필름을 이용해 후행 차량에 의한 눈부심을 억제해야 한다. 미러면 자체는 탄소섬유 재질의 플레이트 위에 접착된 얇은 유리판이다. 미러의 하우징은 공기저항과 진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기역학적으로 최적화되어 있다. 미러와 조절장치는 탄소섬유 복합재 재질의 하우징에 통합되어 있다. 미러 전체의 무게는 약 500그램이다.
7 배터리셀
미래지향적이고 독창적으로 설계된 리튬이온 배터리의 기본 단위. 800볼트 고전압 채용.
포르쉐에서는 처음부터 919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800볼트의 충전시스템을 적용했다. 이 시스템에 적합한 부품을 찾는 것이 간단하지 않았다. 전기 저장매체로는 포르쉐에서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수냉식 리튬이온 배터리셀이 선정되었다. 레이싱 카의 배터리는 수백 개의 이런 셀들로 이루어진다. 이런 셀은 높은 출력밀도를 가지므로 빠른 충전과 빠른 전기 에너지 사용이 가능할뿐 아니라 우수한 에너지 밀도를 가지고 있어 저장용량도 탁월한 것이 특징이다. 배터리셀 개발 과정에서는 출력 밀도 및 에너지 밀도의 개선을 위해 신소재에 대한 시험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포르쉐는 차후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차량의 양산을 위한 모든 준비작업을 완료하였다.
8 컨트롤유닛
복잡한 협업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고성능 컴퓨터. 하이브리드, 차량 및 드라이빙 전략을 제어한다. 극한적 경량구조.
엔진 컨트롤유닛 및 섀시 컨트롤유닛(사진)은 919 하이브리드에서 모든 구동장치의 연동을 제어한다. 여기에는 내연기관, 리어 액슬의 배기에너지 회생시스템 및 프런트 액슬의 전기엔진이 포함된다. 이런 구동장치들은 전자 컴퓨터에 의해 제어되어 올 휠 드라이브 시스템의 인텔리전트 컨트롤, 최대 효율성 및 최상의 랩타임의 달성이 보장된다. 3차원 경로 프로파일을 통해 이미 레이싱 전에, 가능한 모든 주행 상태를 시뮬레이션하고 최적화할 수 있다. 이런 정보를 기반으로 컨트롤유닛은 각 구동장치의 작동상태를 항상 완벽하게 연동시킬 수 있다. 이 고성능 컴퓨터의 개발에서 추가적인 과제였던 경량화는 성공적으로 달성되었다.
글 Heike Hientzsch
사진 Rafael Kröt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