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

“우리에겐 다시 화려한 색에 대한 용기가 더 많이 필요합니다.” 가브리엘 코스는 과감한 색을 쓰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용기를 내어서 과감해질만큼 색의 힘이란 가치 있다는 것. 그가 꿈꾸는 포르쉐는 오렌지색의 포르쉐다.

스쿠터 색이 눈에 띄네요. 터키블루 색이라고 하셨죠.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터키블루 색상은 많은 문화권에서 희망과 젊음을 상징하는 색입니다. 이 색은 가벼움과 경쾌함을 발산하기 때문이죠. 회색으로 가득한 도시를 달리는 스쿠터와 잘 어울리는 색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색이 터키블루인가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색은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뀝니다. 어느 날은 아침에 샤워하며 스친 샤워젤의 포장지 색인 오렌지 색에 빠져 지내는 날도 있고, 제가 입고 있는 재킷에 쓰인 파란색이 좋을 때도 있죠.

아주 원론적인 질문을 드리죠. 색이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색은 다양한 전자파의 혼합입니다. 전자파는 망막을 통해 신경 자극으로 변환되죠. 이 신호를 뇌의 시각중추가 다양한 색으로 감지하게 됩니다. 색은 우리의 뇌가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색이 매우 주관적이며, 사람들 모두가 각자 조금씩 다르게 색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색들이 있는데요. 예로 가장 좋아하는 자동차 색을 꼽을 수 있지요.
설문에 따르면 구매자의 60퍼센트는 자동차의 색을 매우 중요시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을 자동차에 대입시키지 못하죠. 정열적인 붉은 색을 좋아하는 사람도 차를 고를 때는 차분하고 소극적인 색을 선택합니다. 몇 십년 전에는 빨간색이 가장 선호하는 색이었습니다. 요즘에 와서는 흰색이 되었고, 그 뒤를 검은색, 실버와 회색이 따르고 있습니다. 2016년에 새로 생산된 차량의 4분의 3이 바로 이 네 가지 색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러한 색의 흐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옛날에는 부유함을 상징하던 화려한 색이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19세기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어두운 색의 남성복이 인기를 얻었습니다. 20세기 이후에는 여성복에서도 색이 사라지게 되었죠. 코코 샤넬의 ‘little black dress’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흐름은 건축 디자인이나 인테리어 디자인에서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50, 60년 전만 해도 집안을 흰색으로 칠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그 누구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 벽을 흰색으로 칠하죠. 자동차의 색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 흰색은 자동차에서 기능적인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흰색 차량이 사고 날 확률이 가장 낮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죠. 다양한 빛의 조건에서도 쉽게 감지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왜 흰색이 인기가 많을까요?
무채색인 흰색은 주목을 끌지 않는 차분한 색으로 분류됩니다. 바로 이점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드는 것이죠. 눈에 띄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흰색, 검은색, 회색 보다 알맞은 색은 없으니까요.

어떻게 가능 할까요?
색은 생물학적, 문화적 그리고 개인적 및 심리적 요소에 영향을 줍니다.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빨간색은 모든 문화권에서 공격성과 강인함을 상징하는 색으로 인식됩니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죠. 조류인 핀치의 경우, 빨간색으로 물든 깃털을 가진 동지를 접하게 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의 혈중 농도가 58퍼센트까지 증가합니다. 이처럼 빨간색은 마치 물리적인 영향을 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제로는 빨간 빛의 파장에 대한 반응인 것이지요.

문화적인 요소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빨간색은 위험을 경고하는 색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물론 학습을 통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미 어린아이들은 빨간색 표지판이 항상 무언가를 금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 빨간색은 이탈리아산 스포츠카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자연의 섭리가 아니라 역사적 우연에 의한 것입니다. 1900년 유명한 고든 베네트 컵 레이스에서 영국팀에게 녹색, 프랑스팀에게 파란색, 독일팀에게 흰색, 그리고 이탈리아팀에게 빨간색이 선정되었습니다. 그래서 만약 제가 포르쉐를 산다면 빨간색은 고르지 않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빨간색은 독일산 스포츠카에 어울리지 않거든요.

그럼 어떤 색이 어울릴까요?
당연히 오렌지색입니다. 그 이유는 제가 어렸을 때 오렌지색의 포르쉐를 자주 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색에 대한 개인적인 선호도는 사소한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설명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츠카의 경우 단일 색인 경우는 흔하지 않는데요.
포르쉐 911의 우아한 선을 오랫동안 감상하는 데도 전혀 질리지지 않더군요. 이제 911을 위해서 눈에 띄는 색을 고르기만 하면 됩니다. 화려한 색에 대한 용기가 필요한 때죠. 월트 디즈니는 이런 말을 했죠. “컬러로 꿈꾸는 삶이 바로 행복의 열쇠이다.”

글 Jakob Schrenk
사진 Sven Cichowicz

포르쉐는 양산 및 메탈릭 도색 색상 외에도 특수 색상 및 개별 색상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구매자의 출신 지역이나 선별된 모델 시리즈에 따라 선호하는 색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블랙, 화이트, 그리고 그레이는 모든 모델을 포함해 유럽과 미국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다크블랙 메탈릭색상의 911, 카이엔, 그리고 파나메라가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미국의 고객들에겐 911과 카이엔의 양산 색상인 블랙이 가장 인기가 많고, 다른 모델 의 경우 화이트 색상을 가장 선호한다. 중국의 경우 화이트와 마호가니 메탈릭이 가장 사랑 받는 색상이다. 예를 들어 중국인들은 마호가니 메탈릭의 카이엔을 선호하며, 911의 경우 화이트, 그리고 뒤를 이어 특수 색상인 라바오렌지를 선호한다. 전반적으로 개별 색상을 선택하는 고객의 약 1퍼센트에 불과하다. 개별 색상을 주문하기 위해선 주펜하우젠, 라이프치히, 애틀랜타, 로스앤젤레스, 두바이, 그리고 상하이 지점에 있는 익스클루시브 매뉴펙쳐 컨설팅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이며 건축가인 카를로 람파찌(Carlo Rampazzi)가 자신의 911 터보의 색을 고를 때 문의 한 색상을 보면 이해가 쉽다. 그가 주문한 색상은 청소년기에 여행했던 코트다주르(Côte d’Azur)에서 구입한 랍스터 색의 접시였다. 이 색을 보면 여름 바닷가가 떠오른다는 게 이유였다. 포르쉐는 그의 꿈을 실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