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égis Mathieu
화려한 샹들리에를 만드는 남프랑스의 작은 아틀리에. 라이트 디자이너 레지 마티외(Régis Mathieu)는 수백 년 전통의 라이트아트에 몰두중이다. 포르쉐 컬렉션을 만들기 위해서다.
프랑스인들이 “천상의 빛이 비치는 고장(le pays des lumières du paradis)”이라 부르는 루베롱(Luberon) 지방 한복판, 햇빛이 잘 드는 언덕에 서 있는 오렌지색 빌라만큼 라이트아트 작품에 적합한 곳도 없다. 프로방스의 소도시 가르가스(Gargas) 교외에 있는 옛 황토 안료 공장에서 레지 마티외는 세계적 명성의 아틀리에를 운영 중이다. 그는 샹들리에를 복원, 복제, 디자인한다. 그의 작품은 필라델피아 오페라하우스, 파리 오페라하우스, 베르사유 궁전, 인도의 락스미 빌라스 궁전을 장식하고 있다. 마티외의 조명은 위대한 세상에서 빛나고 있다. 그리고 그가 소유한 아름다운 포르쉐 컬렉션도 빛난다.
가르가스에 있는 마티외 박물관의 오렌지색 전시실에서는 주펜하우젠에서 제조된 희귀 차가 루이 14세(Louis XIV, 1638~1715)와 마담 드 퐁파두르(Madame de Pompadour, 1721~1764)의 크리스털 샹들리에와 찬란함을 겨루고 있다. 컬렉션 중에 1964년산 포르쉐 904 카레라 GTS, 356 스피드스터, 911 카레라 RS 2.7, 718 RSK 등 흔치 않은 모델들이 보인다. 마티외의 포르쉐에 대한 열정은 일찍부터 불붙었다. 17세에 폭스바겐 ‘딱정벌레차’를 사서 복원하고 곧바로 최초의 356 C를 구입했다. 이 열정적 컬렉터는 페르디난트, 페리, 혹은 F. A. 포르쉐의 이름으로 설계된 스포츠카만 집중해서 수집했다. “제품에 개발자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으면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죠.”
조명 이상의 의미
샹들리에 하면 대개 궁전, 대성당, 웅장한 고건물을 떠올리며, 모던한 건물과는 별로 상관없다고 여긴다. 마티외 생각은 다르다. “과거나 지금이나 샹들리에는 소유자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려주는 탁월한 아트 오브제입니다.” 47세의 마티외는 단순한 조명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라이트 오브제를 디자인한다. 쇼룸 천장에는 거대한 정육면체가 걸려 있다. 다섯 면은 연기로 그을린 수정으로, 여섯 번째 면은 보라색 자수정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 작품은 6점만 제작됐다. 며칠 전에 그는 인도의 왕족과 점심식사를 하며 새로운 라이트 오브제에 관해 논의했다고 한다. 이는 예전에 루이 14세가 당시의 라이트아티스트들과 논의했던 방식과 비슷하다. ‘태양왕’ 루이 14세도 마티외의 고객이라 말 할 수 있다. 가르가스의 아틀리에에서 원본에 충실하게 복제하거나 복원한 수많은 샹들리에가 베르사유 궁전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의 성공에는 고된 노력이 숨어 있다. 마티외의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모던한 샹들리에 제작으로 명성을 날렸다. 안타깝게도 고작 열한 살이었던 레지를 남기고 요절했고, 회사도 해체됐다. 경제학을 전공하던 마티외는 20세에 ‘마티외 샹들리에(Mathieu Lustrerie)’를 재설립하기로 결심한다. 학업을 병행하며 부단히 재출범 준비에 몰두하고 독자적 설계를 연마하고 독학에 전념했다. 아울러 러시아, 중동, 미국, 프랑스 등 잠재 고객이 있는 지역을 방문하기 시작한다. 수익은 한 푼도 빠짐없이 회사에 재투자한다. 단 한 가지만 예외다. 이미 19세 때 마티외는 356 스피드스터를 구매한다. “이 자동차는 저에게 소중했습니다. 회사를 재건했을 때 매일 이 차를 타고 출근했습니다. 매우 고되게 일하고 수익이 전혀 없었어도 마음은 풍족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행복한 느낌에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마티외는 디자이너로뿐만 아니라 발명가로도 탁월하다. 그는 마치 촛불의 불꽃처럼 빛나는 혁명적 LED 조명을 발명했다. 클래식 샹들리에를 수집하여 2010년부터 자신의 박물관에서 전시하며 그 일부를 판매하기도 한다. 마티외가 가장 아끼는 오브제는 조각가 자크 카피에리(Jaques Caffieri, 1725~1792)가 마담 드 퐁파두르를 위해 만든 샹들리에의 복제품이다. 수많은 원작품이 전쟁에서 훼손되거나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르며 부속품이 분실됐다. 마티외는 이 샹들리에들을 세밀하게 복원했다. 이 프로젝트 중 하나는 몬테카를로 오페라극장의 주문이었다. 2001년 이 극장은 높이 5m, 중량 5t, 램프 328개로 구성된 샹들리에 복원 작업을 그에게 위탁했다. 그는 100년 전에 촬영된 흑백사진을 구해 형사가 범행 현장의 흔적을 찾듯 흐릿한 형태와 굴곡을 눈으로 더듬었다. 치수를 더욱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해 사진을 샹들리에의 원래 크기로 확대하기도 했다. 5년 후 오페라극장은 새로운 반구 천장에 샹들리에를 설치했다.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마티외는 자신의 포르쉐 컬렉션에 관해 이야기할 때도 감정이 고조된다. “제 차량들은 특별합니다. 제각기 독특한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는 단 한 대도 팔 생각이 없다. 특히 스피드스터는 말할 것도 없다. “스피드스터는 자동차 이상입니다. 당시 막 사귀기 시작한 제 아내와 함께 이 차를 골랐습니다. 아들 아르튀르(Arthur)도 젖먹이일 때 이 차에 탔습니다.” 어느덧 아들은 15살이 됐다. 그의 아들은 최근 처음으로 자신만의 폭스바겐 ‘딱정벌레차’를 구매했다. 마티외는 아들이 자신의 뒤를 잇기를 바란다. 그는 샹들리에 회사는 아니더라도 ‘포르쉐 컬렉션 만큼은’ 반드시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독특한 스토리
2010년부터 마티외는 차량과 샹들리에를 기품 있게 나란히 소개하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를테면 마티외의 최신작 ‘메두사(Méduse)’는 촉수 안쪽에서 조명이 나오고 촉수마다 고가의 마노석이 늘어져 있는 해파리 형태의 거대한 청동 샹들리에다. 그 아래에는 총 35대밖에 제작되지 않은 은색 718 RSK가 위풍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 마티외는 이 차를 집요하게 찾았다. 이 차를 운전하고 싶었고 아티스트로서 이 차를 전시실에 연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땅거미가 밀려들자 주황색의 옛 황토 안료 공장에서 수백 개의 작은 LED에 불이 붙는다. 이는 수백 년 된 크리스털에 눈부시게 반사되고 광택 나는 포르쉐의 차체에서 춤추듯 반짝인다.
글 Lena Siep
사진 Patrick Gosling